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부모님은 적은 돈으로 푸짐하게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입소문을 타고 청량리의 한 양식집에 간혹 데리고 가곤 하셨다. 아마 '해피하우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둥그런 접시에 돈까스, 밥 한덩이, 단무지, 양배추 샐러드 등이 가지런히 나왔던 것 같다. 비후까스나 함박스텍도 메뉴에 있었으나 그 가격이면 차라리 여러가지가 함께 나오는 '정식'을 먹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고로케, 단팥빵, 카레라이스... 지금도 이 음식들은 너무나 정겹고 아직까지도 즐겨먹고 있는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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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 ![]()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뿌리와이파리 |
이 책은 사실 일본의 근대사를 다룬 책이다. 그런데 음식을 통해서 바라본 근대사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1,200년동안 육식을 금해왔던 일본에 육식이 장려되기 시작하며 어떻게 일본인들이 육식과 더불어 밀려들어오는 서양음식을 받아들였는가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메이지 유신 이후 60년에 걸쳐 서양음식이 일본화되어 정착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빵을 일본식 빵인 단팥빵으로 승화시켜 현재는 엄청난 종류가 빵들을 먹고 있으며 인도의 커리를 일본식으로 만든 것이 카레라이스, 크로켓을 일본식으로 만든 것이 고로케였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 서양음식인 줄 알고 먹었던 대부분의 음식들이 사실 일본식 서양음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자라면서 돈까스에 밥이 나오지 않는 진짜 서양음식을 경험했고 묽은 커리와 밥이 따로 나오는 인도식 커리를 맛보게 되었다.
1910년부터 해방 전까지 일제강점기를 보내면서 일본인들은 그들의 음식을 들고 들어왔음이 분명하다.
일본양식 연표를 들여다보면 1905년에 단팥빵 등장, 1912년에 카레라이스라는 단어가 잡지에 처음 실리고 1921년에 돈가스 덮밥이 나오고 육식의 정착 60년 끝부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돈까스는 1929년에 판매가 되기 시작되었다. 그들이 만들어내자마자 따끈따끈하게 한국으로 전파했을 듯 싶다. 그러니 내 어린 시절인 80년대는 물론 아직까지도 그 명칭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지 않는가.
어렸을 때 봤던 수많은 만화영화들이 대부분 일본의 만화였다는 사실을 안 것처럼 많이 씁쓸했다. 음식들의 명칭만 일본화된 것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일본에서 만들어낸 그들의 퓨전음식들이었던 것이다.
하여간 그들의 퓨전 능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 습성들은 아직도 남아있지 않던가. 이 책을 보다보니 <일본을 말한다>를 좀 더 자세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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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말한다 - ![]() 카와구치 모리노스케 지음, 김상태 옮김/비즈니스맵 |
배울 건 배워야한다. 일본인들의 습성을 잘만 활용하면 컨텐츠 기획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나 역시도 나만의 시각으로 컨텐츠를 승화시키고 퓨전시켜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걸 상품으로 만들어내야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낀 것. 정책 등은 나라에서 만들어내지만 그걸 온 몸으로 받아 안는 것은 서민들이라는 것. 그들은 살아남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사실. 일본이나 중국이나... 어느 나라든 서민이란 그런 존재들이다. 그들이 없으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사실. (관련 글 : 2010/03/04 - 먹거리에도 정치경제가 따르나니... [돈가스의 탄생] #1 )
ps.
음식생활사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할 예정입니다. 그 범위가 상당한데 동서양, 과거 현재까지 다 공부하려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국의 음식생활사로 범위를 좁혀보려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 음식의 역사가 아니라 '생활사'였던 것이었어요. 이번 학기에 '한국생활사'를 수강하고 있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깨달았답니다. 그러니까 김치의 역사가 어떤지를 공부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김치를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가 더 궁금했던거죠.
푸드 컨텐츠의 최강자가 되기 위하여!! 고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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