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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멋지다는 용눈이오름을 드디어 가게되었다. 뭘 입고 갈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운동할 때 입는 바지와 바람막이를 입고 가기로 했다. 친구는 그건 좀 너무하지 않냐며, 그 동네가 우리동네냐며... 하지만 알게뭐야. 내가 그 동네 사람인 척하면 그 동네 사람으로 알지 않을까? 그래서 그 동네 주민 코스프레를 하기로 작정했다. 

그리하여 후원받은 작은 백팩에 카메라, 물통, 휴지, 물티슈, 보조배터리, 지갑 등등을 챙겨넣고 집을 나섰다. 아무래도 트레킹화와 바람막이 정도는 구입해야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뭔가가 자꾸 늘어나겠지. 

어쨌든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차로 용눈이오름을 찾아가면서 차 창밖으로 보이던 어느 오름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올라가있는 게 보였다. 저긴 뭔데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올라갔을까? 용눈이오름까지 남은 거리 약 2km. 그런데 그 개미떼 모습을 용눈이오름의 입구 반대편에서 봤던 모양인지 입구에 도착해서 보니 멀리서 봤던 그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었다. 주차장에서부터 바글바글, 아니 주차장 밖 도로에는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서있었다. 아마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 개미떼들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었 것. 

오름에 오르는데 재잘재잘. 나는 풍경을 보러왔지만 그들은 오름이 놀이도구로 삼은 듯 했다. 그 안에서 어떻게하면 친구와 즐겁게 놀까를 고민하는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고, 어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는 연신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며 내려오기도 했다. 그래 바람불고 풍경 멋지고 이 순간만큼은 자연인이라고 팍팍 느꼈겠지. 아마 내가 10대였을 때도 오름을 놀이터삼아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재미있었을거다. 내가 이 아이들처럼 하지 않았다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게 그 또래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 



다행히도(?) 학생들은 내려오는 단계였다. 우리는 조금 기다렸다 오르기로 했다. 그 때 바람은 또 엄청 불었고 나는 빙구가 되었고. 그걸 셀카로... 보시라 줄지어가는 학생들을. 그들과 나는 취향이 다를 뿐이고 나는 여유롭게 오르는 걸 더 좋아하기에 그들을 먼저 보내줬을 뿐. :) 

용눈이오름이 제법 가파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좋았던 건 계단이 없었다는 거. 분화구까지 오르자 서로 다른 높이의 분화구 둘레길이 보인다. 아마 이 높낮이 때문에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억새가 많진 않았지만 뽀얗게 눈이 내린 듯 보이는 용눈이오름 너머의 오름들. 





오름은 역시 바람이다. 바람 맞고 싶을 땐 오름에 오는 게 좋겠다. 분화구 둘레를 돌면서 이렇게 멋진데~ 한라산은 왜 올랐누~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실 한라산을 오를 때는 돌 피하며 오르느라 내 발끝 밖에 보지 못했고 정상에 올라서는 백록담만 봤다. 물론 정상 가까이에서는 멋지고 새로운 풍경들을 볼 수 있었지만 내 입장에선 그 노력에 그 정도의 풍경보다는 오름을 오르는 노력으로 이만큼의 풍경을 보는 게 더 낫다는거다. 순전히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장이니 참고하시길. 





멀리서 ‘제주 레일바이크’의 모습이 보여서 저걸 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가격이... 덜덜덜. 일반 2인용은 30,000원이고 제주도민은 할인해서 18,000원인데 그 18,000원도 왜 그리 비싸게 느껴지던지. 레일바이크를 타고 보는 풍경이나 용눈이 오름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나 비슷할 것 같아서 패스하기로 했다. 더 생각해보고 그래도 타야겠다면 내년에 타는걸로. 사진이나 한 장. 




아주 느긋하게 한바퀴를 돌았는데 약 1시간정도 걸렸다. 빠르게 걷는다면 그 미만으로도 충분히 돌 수 있을거다. 오름의 매력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 다른 오름에도 가봐야지! 






용눈이오름 입구엔 주차장이 있다. 그리고 아부오름이나 백약이오름엔 없었던 화장실도 있다. 가건물이고 사람들이 많아서 혹시나해서 들어가진 않았다. 세화해변으로 가서 카페에 가서 처리. ㅎㅎ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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