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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종보통으로 운전면허를 땄다. 사실 나는 운전면허를 딸 생각이 없었다. 자동차 운전을 가급적이면 하고 싶지 않았다. 운전에 관심도 없고 자동차엔 더더욱 관심이 없고, 또 20대 초반에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진 기억도 있어서 평생 운전면허를 따지 않으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 바보같은 나. 

어쨌든 그 때의 사연을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엄마는 내가 20대가 되자  운전면허를 따라하셨다.  당시 엄마의 차는 기아 프라이드 수동이었고 그걸 몰려면 나도 수동면허를 따야했다. 당신이 운전면허학원에 가지 않고 일명 ‘야매’로 배워서도 거뜬히 따셨기에 그 방법이 나에게도 통할 거라 생각하셨던지 나에게도 야매 선생님을 붙여주셨다. 그 편이 더 싸니까. 요즘은 그게 안 통하겠지만 예전엔 야매로 배워도 운전면허시험만 붙으면 면허증이 나왔었던 거 같다. 

야매 선생님은 낡은 차로 나를 공터 같은 곳으로 데려갔고 거기엔 대충 끈을 땅에 박아 만든  T자형, S자형 코너 등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연습을 했고 제법 잘 했고 때론 엄지 척도 받았다. 그래서 난  운전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자만해서 선생님이 안 볼 때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운전면허를 보러갔을 때 응용력이라고는 거의 없는내 눈에 보이는 건 끈대신 툭, 올라와있는 둔턱이었다. 운전면허시험장엔 야매 연습장에서처럼 끈으로 T자형, S자형 등을 만들어놓지 않았었다. 순간 당황해서 들어가자말자 삑삑 거리더니 뚝 떨어졌다. 젠장. 

그런 기억이 있어서 운전면허는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운전 자체를 즐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아프시고 병원을 자주 가야하자 운전면허를 딸 수 밖에 없었다. 나름 학원비가 싼 데를 간다고 남양주 어디까지 갔던 거 같은데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주일에 2~3번인가를 다녔던 거 같다. 이번엔 2종 보통이었지만 그나마도 또 떨어질까봐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운전학원에서 서류 접수를 받는 분은 내가 하도 걱정을 하자 젊은 사람은 거의 다 붙는다고 왜 그러냐고까지 했다. 

내가 운전면허를 딸 때는 필기시험, 기능, 도로로 나눠 시험을 봤는데 기능은 15시간 이상인가를 연습해야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도로도 연습을 했던 거 같은데 차를 몰고 도로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완전 떨렸었다. 어쨌든 시험일은 왔고 비는 추적추적 내렸다. 웬지 비가 오면 언덕 오를 때 밀릴 것 같은 기분.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붙었고 운전면허증을 갖게 되었다. 

면허를 딴 후 웃겼던 건 운전연수를 시각장애인에게 받았다는 것이다.

울 엄마는 당뇨합병증으로 양쪽 시력을 완전히 잃으셨는데 아프시기 전에는 완전 베스트 드라이버셨다. 길도 어찌나 잘 아는지 간 데 또 가도 모르는 울 아빠랑은 딴 판이었다. 불행히도 나는 아빠를 닮아 길을 잘 모른다. -.- 그래서 엄마는 눈이 안 보이게 되었지만 어느 도로에 어디에 신호등이 있는지를 다 기억하고 계셨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운전연수를 받았다. 당시 번동에 살고 있었는데 번동에서 장흥유원지에 가서 밥 먹고 오는 게 우리 연습코스였다. 물론 조수석에 앉은 엄마가 오른쪽 상황을 알려줄 수 없어 공감각도 없는 나에겐 곤란한 상황이 오기도 했다. 양 쪽으로 차가 주차되어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갈 때는 특히 곤란했다. 오른쪽의 상황을 잘 몰라 차를 세우고 나가서 보고와서 또 움직이고 또 내리고 또 타고... 그랬었다. 

그게 2006년이었다. 어느 덧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운전면허를 갱신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왔던거다. 운전면허 갱신시점은 7월~10월 중순이었는데 그 때는 한창 제주로 왔다갔다할 때였다. 6월 초부터 두달살기에 들어가서 8월 중순에 아예 제주로 이사를 와버렸으니 얼마나 정신이 없었겠는가. 해야지 해야지하면서 자꾸 자꾸 미루다 결국 10월 초에 하게되었다. 

제주에 운전면허시험장이 어디있는지부터 시작해서 갱신이 처음인지라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 제주에는 운전면허시험장이 애월에 있다고 했다. 차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제주에 살게되면서 그 거리가 되게 멀게 느껴지는거였다. 두 번째 방법으로 근처 경찰서에 가서 갱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집 근처의 경찰서는 ‘동부경찰서’. 거기 가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검색해도 안 나오데. 그렇게 검색을 하다보니 인터넷으로 갱신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보아하니 증명사진을 스캔받아두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었다. 증명사진도 여권용, 주민등록증용, 운전면허용 다 다르더라. 귀찮아서 가장 대충 하고 찍어도 되는 운전면허용으로 찍었다. 여권사진은 안경 벗고 귀가 보여야하고 눈썹이 보여야한다고 했나? 암튼 그랬고 주민등록증용도 안경 벗고 뭐 어쩌고 하고... -.- 나 안경 벗고 찍기 싫은데... 해서 안경 쓰고 찍어도 되는 운전면허용으로. 필요하면 또 찍지 뭐, 이런 안일한 생각. 

예전에 귀찮아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즉석사진기로 찍어 그지같이 나왔기에 이번엔 사진관에서 찍기로 했는데 여전히 그지같았다. 원본 불변의 법칙은 확실히 법칙이 맞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찍고 인화된 사진을 스캔받았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사진 첨부하고 정보 적어넣고 어쩌고 어쩌고 하니 끝. 면허증을 교부받은 곳을 지정하면 약 15일 뒤에 찾을 수 있다했다. 당근 가까운 동부경찰서로. 




그리하여 오늘 갱신된 운전면허증을 받아왔다. 스캔 받아 올린 증명사진은 면허증에선 옆으로 더 퍼지게 나왔더라. 우씨. 안그래도 넓은데 니들 왜 그러니...  뭐 그래도 ‘제주지방경찰청장’ 이름으로 운전면허증이 나왔다. 나의 제주 아이템이다. 

다음 갱신일은 2025년이다. 그 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서울에서 면허 따고 제주에서 갱신하고, 그 다음 갱신은 어디에서 할까?

나 혼자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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