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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뒷북으로 봐서 스토리는 어지간하면 다 알 것 같아 스킵스킵하고 주절주절 떠들며 써보기로 한 영화감상문, 뒷북영화. -.-v


1. 탯줄과 같구나

첫 인상은 탯줄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우주용어(?)는 집어치우고 폭풍인지 뭔지가 와서 평화로웠던 우주인들을 사지로 내몰았을 때,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사이에 연결되어 있던 끈은 마치 탯줄과 같았다. 생각해보니 아기가 엄마 뱃 속에 있을 때나 우주에서 무중력으로 있을 때나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따지고 들면 분명 둘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뱃 속의 아기는 탯줄이 없으면 죽는거고 그래비티에서도 그랬다. 남녀주인공 사이의 끈이 아니더라도 우주선과 연결되는 산소줄(?)도 끊어지면 죽는거다. 

엄마에 의지해, 엄밀히 말하면 엄마의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으며 태어난 아기사람은 탯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이렇든 저렇든 울어제낀다. 홀로된다는 건 무지막지한 두려움인가? 아니면 보도 듣도 못한 이질적인 환경은 죽음의 공포를 낳는가보다. 그래서 아기는 그렇게 울어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비티도 그랬다. 끈이 떨어짐과 동시에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다. 하아… 이건 바다에서 표류하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난해한거다. 그렇다고 바다에서 표류하는 게 쉽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산소는 있으니까. 아, 물에 빠지면 없구나… 


2. 표류의 진화로구나

그래, 바다의 표류를 생각하면서 ‘표류의 진화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연애의 진화버전이었다. 재벌도 똥으로 만드는 완전한 외계인 등장. 그래비티는 바다의 표류도 어마무시하건만 그것마저도 똥으로 만든 표류의 진화. 니들 우주에서 표류하다 살아남아봤어? 그래, 바다에서 표류하다 살아남은 자, 표류하다 무인도에 도착해 거기서 수년을 살다 돌아온 자 등등 많이 있으나 아직 우주에서 표류하다 살아온 자는 없다. 

예전엔 해외여행이라는 게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갔다온 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해외 나가는 거야 돈이나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거고 잘 알려진 곳 외에도 오지탐험 등 방방곡곡으로 다녀들 오고 있다. 이 시점에선 어지간해서는 특이한 여행기가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 여행기의 진화버전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 우주여행이 있구나. 선택된 우주인들만 다녀올 수 있는 그 곳. 언젠가 은하철도999가 다니고 최초 탑승자가 되면 그 여행기는 파급력이 장난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3. 사람의 감정은 똑같구나

영화의 후반부쯤이었다. 여주인공이… 이름이 생각 안 난다. -.- 여튼, 그 여자가 중국 우주정거장? 하여간 거기에 가까스로 도착해서 진입에 성공하는데… 연료가 떨어진 걸 보고 완전 좌절해서 산소를 끊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 쯤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스스로 죽냐, 아니면 산소 떨어지고 우주선 부서져서 죽임을 당하느냐에 있다. 그녀가 한 마지막 선택은 자살이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이야기를 하는건지, 아님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이러저러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세계와 취향을 말이다. 세계와 취향은 관련 글을 참고하시라. 



여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느낀 회한의 감정. 그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바다에서 표류를 하든, 우주에서 표류를 하든, 도시에서 표류를 하든, 내 마음 속에서 표류를 하든말이다. 회한한다라는 감정은 세계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회한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취향이다. 세계가 꼭 클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주표류기인 그래비티를 보면서 나의 회한을 집어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어쩌면 문학작품은 이 지점에서 작가와 독자가 통하는 것이 아닐런지. 내가 동네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며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읽는 자가 굳이 우리 동네에 와서 내가 먹은 똑같은 우동을 먹어야만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글만 읽어도, 혹은 우동 대신 족발을 먹으면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우동 한 그릇도 중요하지만 느낀 감정도 중요하다는거다. 이 감정으로 독자와 이야기하는거다. 우동을 먹는 장면은 취향이다. 

지금 내 시점에선 중요한 발견이다. 이제 나는 글쓰기와 전혀 관련없는 영화를 보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있다. 좋은 징조다. 오늘은 날 칭찬해줘야지. 굿이군, 자네!

아, 여주인공은 끝내 지구로 돌아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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