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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도 이 말을 오래 전부터 들어왔고, 그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인정만했지 이해는 못했던 것 같다. 


왜냐?


책 <오타쿠 :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에 미친 놈들>을 통해 '세계'와 '취향'이라는 두 개념으로 딱 정리가 되면서 이제서야 '아는만큼 보인다'를 제대로 이해했고 비로소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타쿠(애니메이션게임 영화에 미친놈들)

저자
오카다 토시오 지음
출판사
현실과미래사 | 2000-10-0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21세기 문화의 새로운 지배자들, 오타쿠는 어떤 부류의 인간인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일단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대한 감상을 짧게나마 미리 하는 이유는 뒷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이다. 


나는 오타쿠를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의 규칙과 철학대로 살아갈 뿐이다. 이런 생각은 이 책을 통해서 더욱 확고해졌다. 심지어, 나도 국수에 대해서만큼은 오타쿠가 되고 싶어! 하는 열망까지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노력하기로 했다. 


자, '세계'와 '취향'에 대한 이야기. 나는 이 책을 통해 이것을 건졌다는 게 굉장한 수확이다. 먼저 책을 인용해보자. 


‘세계와 취향'은 가부키의 극작 용어이다. 에도 시대의 가부키 메뉴얼 ‘희재록'을 보면 ‘세계'를 ‘사건, 시대, 등장인물, 스토리의 기본적인 전개'라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에도 시대의 황금률적 패턴'을 일컫는다. 하지만 매년 같은 것을 되풀이 하게 되면 관객이 줄어들므로 극단들은 각자 고유의 맛을 집어넣게 되는데 이것을 ‘취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취향'이라는 것은 현재 유행하는 것, 또는 의외의 시점, 새로운 캐릭터 등이다. 어떤 때는 ‘여자 추싱구라'로 꾸며 47인 가신들의 부인이나 연인들 심정을 중심으로 만들어본다든가, 어떤 때는 무대를 현대로 가지고 와 대기업 내의 파벌 싸움으로 그려보는 등의 것을 ‘취향'이라고 부른다.
가부키를 보러 오는 손님들 또한 “이번에는 어떤 취향일까?” 궁금해하며 보러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고 있는 이야기, 결국 같은 세계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보러 간다는 게 가능해진다. 일본의 전통문화에는 이런 결정된 ‘세계'를 각양의 ‘취향'으로 즐기는 패턴이 많다. ‘라쿠고(일본식 만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알기 쉽다. 같은 소재를 다른 만담가가 말하면 또 다른 맛이 난다. 듣는 쪽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 맛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들으러 간다. ‘세계'를 안 상태에서 ‘취향'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감독 및 스탭, 제작환경, 도구 등을 꿰뚫고 있다. 이런 세계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취향'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애니메이션을 국수로 대체해본다면 국수의 세계, 즉 밀에서부터 밀가루가 되는 과정, 그 때 사용된 도구들(세월에 따라 그 도구들도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한 밀이 생산될 수 밖에 없던 지형, 기후적 한계. 그리고 그러한 면요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정치/경제/문화적 이해, 더 나아가서는 화학과정이나 영양에 관한 것들... 등등의 세계를 알게되면 요리사들마다의 '취향'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만 놀라운가? 그저 국수집 몇 군데 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나는 앞으로 해야할 일이 어마어마해졌다. 직접 먹어보는 건 '취향'의 일부를 확인하는 것일 뿐 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뒷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도전해볼 것을 결심했고, 이내 즐거워졌다. 이게 내가 말하는 나의 오타쿠 기질이다. 그 전에는 생계수단을 잃어버릴까봐 뛰어들지 못했으나, 이제는 뛰어들어야 내 생계도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도전하려고 한다.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지인이 말씀하셨던 말. 잠시 끌어와보면, 


오타쿠는 매니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 매니아의 소비패턴에 새로움을 창조하는 수준까지 다다르면 그걸 오타쿠라고 할 수도 있겠죠. 창조 경제야 말로 집에서 조용히 매니아 질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오타쿠를 의미한다고 믿습니다 


나역시 1인창조기업은 오타쿠 + 비즈니스를 해야한다고 생각이 업데이트되었다. '업데이트'라고 표현한 이유는 '오타쿠'의 경지까지 되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오타쿠까지 되어야 한다로수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지속가능한 행복한 밥벌이가 아닌가 싶다. 


하나에 미친다는 건, 이런 거지 않겠는가. 다만, 무턱대고 미치지 말고 제대로 미쳐보자는거다. '세계'를 알고 '취향'을 즐기고, 나 스스로의 '취향'을 하나 더 보태면 그게 비즈니스가 아닐까 싶다. 이거에 미치면 된다. 미치는 것에도 목표와 방향성이 있는 셈이다. 



어쨌든,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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